강민정의원, 국민과 함께라며 결국은 교육부 마음대로 개악한 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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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11-09 23:50본문
지금 이순간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행정예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두 눈을 의심케 합니다. 국민과의 약속, 정책연구진의 제안, 교육과정 심의회의 의견 등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교육부가 듣고 싶은 것만 들었고, 담고 싶은 것만 담았기 때문입니다.
참담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기후 위기와 같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갈 수 있게 교육과정을 바꿔보고자 했던 애초의 취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고, 정치적 탐욕 아래 누더기가 된 교육과정만 남았습니다.
작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가 개정 중점 사항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통제 중심, 규제 중심의 국가교육과정을 이제는 정말 바꿀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8월 공개된 교육과정 시안에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 일부를 편성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 자율 시간’이 새롭게 포함되기도 하였습니다. 자율이라는 단어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윤석열 정부이니 이런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기조를 바꾸리라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행정예고안을 보니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보교육을 확대 편성•운영하도록 되어 있던 것이 부지불식간에 의무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반도체•디지털 산업인재 양성을 교육의 유일한 목적이자 기능으로 바라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 자율 시간’을 활용하여 의무적으로 정보교육을 시행하라고 하면 그게 자율입니까 강제입니까? 윤석열 정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자율이 껍데기일 뿐이라는 것을 이보다 더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자율 시간을 의무 교육으로 채우라는 말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자신들이 저지른 지난 잘못들을 찾아 반복하는 것입니다. 역사과 교육과정이 그러합니다. 교육부는 정책연구진도 반대하고, 교육과정심의회 역사과위원회에서도 찬반이 대립하며, 딱 하나 오로지 차관이 주재하는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만이 동의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역사과 교육과정에 추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를 말 그대로 우겨넣어 학계와 교육계의 커다란 반발을 샀던 이주호 장관이 다시 교육부 장관으로 돌아오자마자 벌어진 일입니다.
교육부는 줄곧 국민 ‘다수’가 우려를 표했기 때문에 이런 개악을 추진했다고 말합니다. 국민 다수가 자유민주주의를 원했고 국민 다수가 성 소수자를 제외하길 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교육부는 무엇을 근거로 국민 ‘다수’가 그러한 우려를 표현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까?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노동교육 강화를 요청했던 수많은 목소리는 들은 척도 안하더니, 수 초, 수십 초 간격으로 올라온 조사를 빼면 완벽히 똑같은 댓글 의견들만 국민의견이라며 귀담아 듣는 그 저의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작년부터 저희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수없이 표했던 우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무시해도 괜찮은 것입니까?
심지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규명도 책임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느닷없이 안전교육을 총론, 창체, 관련교과 등에 반영하겠다고도 합니다. 과도한 안전교육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학교 현장은 아우성인데, 교육부 역시 안전교육을 포함 과도한 법정의무교육들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무엇보다 이미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따라 중학교부터 ‘다중밀집시설 이용 안전 수칙’을 배우고 있는데 이런 현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때다 싶어 안전을 살짝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향후 수년 간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담은 교육과정입니다. 충분한 고민없이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교육부 스스로 약속한 것도, 국민과 합의한 것도, 정책연구진이 제안한 것도 뒤집어가며 만든 이 누더기가 된 교육과정에 우리 아이들 교육과 미래를 절대 맡길 수 없습니다. 새로 취임한 이주호 장관이 자신의 지난 잘못된 행적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배운 것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것을 발휘할 때입니다. 행정예고 철회가 시작입니다.
2022년 11월 9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무소속 위원 일동
강득구, 강민정, 김영호, 도종환, 문정복, 민형배, 박광온, 서동용, 안민석